무리 없는 산행-1월 마지막주

요즘 머리가 폭발할 것 같다. 
갱년기거나 조울기가 있거나 사랑에 빠져 있다. 
사람들 하는 일들이 마음에 안 드는 게 너무 많고, 
내가 당한 것에 대해서 여러 번 생각한다. 
산행을 하면서 이어폰을 가져갔음에도 머릿속이 폭발할 것 같아 
음악을 듣지 못했다. 
집에서 가까운 형제봉입구에 룸메가 내려주었고, 
내리고 보니 물을 하나도 안 가져왔다. 
오늘의 산행은 삼각형을 그리는 산행이었다. 

형제봉 능선-일선사-대성문-보국문-대동문-산성 입구 방향으로 가다가 대남문 표지판 보고 좌회전 뒤 대남문-구기분소-쉐레이

형제봉 입구에는 "야간 산행 금지"라고 되어 있는데, 과연 험난했다. 
한 50m는 80도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양지의 삭막한 땅에는 소나무만 자라고 있었다. 
이 길을 가다 보면 갑자기 아래쪽으로 한적한 길과 만나게 되는데, 
월*사인지, 사*월인지 백악터널 위쪽의 느슨한 길과 이어지는 것이다. 
형제봉 능선이 끝나자 길은 완만했다. 특히 산성을 따라 걷는 대성문-보국문-대동문은 
날씨가 추워서 그렇지 산책 수준이었다. 

형제봉으로 가기 전에 두 명의 아주머니한테 "물을 안 가져와서 그런데 물 좀 주십시오"라 하고 물을 얻어 먹었다. 
물을 안 마시는 산행은 의외로 좋았다. 
목이 마르다 싶어 벌컥벌컥 마시고 나면 속이 출렁거리는데, 
요즘에 위가 안 좋은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몸의 한 방울도 아꼈다. 
혹시 탈수증상이 나타날까봐 땀도 닦지 않았다. 
머리에서는 땀이 나는데도, 혹시 공기중으로 발산될까봐 모자도 벗지 않았다. 

형제봉 능선을 지나 대성문 들어가는 길에 일선사에서 밥을 먹었다. 
원래는 갈 계획은 없었는데 물 먹는 데가 있겠지 싶었고, 
'보현 생수'를 세 그릇 연거푸 마시고 경내를 둘러보니, '식당' 표시된 것을 보고는 구경이라도 해야지 했다. 
나오기 전 11시에 밥을 먹었는데, 일선사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20분이었다. 
사람들이 맛있게 고추장에 밥을 비벼서 먹는데, 떡도 과일도 반찬도 다 동이 났다. 
어떤 아저씨가 "밥이 없다"며 일행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아저씨는 작은 밥통에 밥을 그득 담아 가지고 있다. 
기다리던 내가 "이 밥은 뭐예요?" 하는데 아저씨는 밥 그득 밥통을 들고는 "밥이 없다"고만 한다. 
밥은 밥솥 밑에 깔린 누룽지 같은 밥이었지만, 거의 윗부분 밥과 진배 없어 보였다. 
절의 보살님과 잘 아는 불자인듯, 밥이 없어서 자기 일행의 밥을 챙겨오긴 했는데, 그게 '누룽지 계통' 밥인 것이다. 
나의 앞의 사람이 반찬을 고르고 있는데, 살펴보니 밥은 정말 코딱지만큼 남았다. 
저 사람이 쓸고 가면 나는 밥을 못 먹는다. 갑자기 밥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앞의 사람이 반찬만 챙겨서는 자리로 갔다. 
나는 주걱에 남은 밥까지 알뜰히 챙겼다. 앞의 누룽지 계통 밥을 가지고 있던 아저씨가 
일행을 다 챙기고도 밥이 남았는지, 나를 툭 치면서 "여기 밥 있어요" 했다. 
나는 "됐어요" 한 뒤, 나에게 허락된 정정당당한 밥을 맛나게 먹었다. 
미역국과 콩나물과 고추장과 볶음 김치가 다. 
각자 그릇은 각자가 부셨다. 
챙겨 나오니 밖에 내놓았던 '보현 생수' 통도 없어졌다. 다 먹었나보다. 
운이 좋았다. 

대성문으로 내려오니 온 길을 되짚어 대남문이 있어서, 그럴 리가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 일행이 보국문 쪽으로 길을 잡는 것을 보고 따라 나섰다. 
그들은 나눈 이런 대화가 나를 그쪽으로 옮기게 했다. 
"오늘은 너무 힘들어." "보국문으로 해서 대동문으로 빠지면 돼" "비봉 가는 건 아니지" 
"아니야. 오늘 많이 힘든가 보네" "엉 힘들어." 
힘든 사람이 가는 길을 나라고 못 갈리 없다. 
그게 내가 쉐레이까지 가는 지름길을 버리고 
두 시간 삼각형을 돈 사연이 됐다. 



by anyone | 2012/01/30 03:00 | love,.. exceptra | 트랙백 | 덧글(0)

6개월 1200만원 모으기 프로젝트

산골짜기가 아닌 진정한 인 서울을 위해서 전세자금을 급하게 모으기로 했다. 
한 달에 100만원씩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저금하려고 한다. 
한 달에 그럼 200만원이 모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건데, 
그러려면 과욋일도 좀 하고, 주말 당직도 좀 해야 한다. 
예정된 이사날짜는 4월 말이지만, 여름까지 지내고 나가는 9월이 목표다. 
집이 잘 나가지 않으리라는 가정하으로 내멋대로인 면이 있다. 

1. 2월1일부로 한 달에 100만원을 쓰기 위해서, 1월31일에는 이 달에 쓴 카드값도 일단 모두 정산
2. 한 달 생활비 규모를 먼저 파악해
3. 술은 집에서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밖에서 먹을 때는 돈을 내지 않을 때여야 한다. 
(회식, 선배가 사는 자리) 내가 내야 할 때는 싼 곳으로 간다.
4. 스타벅스를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허용해준다.

아울러 이사를 가기 전에 지금 집을 잘 활용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북한산에 간 뒤 '쉐레이'에서 목욕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첫 번째로 실행했고, 아주 피곤에 쩔었다. 


 

 

by anyone | 2012/01/30 02:33 | love,.. exceptra | 트랙백 | 덧글(0)

기획회의-기술의 충격

케빈 켈리 지음, 이한음 옮김, 민음사 펴냄

 

<기술의 충격>은 출간된 주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한겨레, 한겨레21 등에서 메인으로 다룬 책이다. 이렇게 일주일에 200여권씩 출간되는 책 중 제일 중요한 책으로 꼽히는 것은, 그것도 여러 신문에서 그렇게 된다는 것은, 출판 편집자들의 로망이다. 책은 좌우를 망라하고 간택되었다. 인문서나 교양서에서는 드문 일이다. 아마 과학서라는 중립성이 반영된 한국적 특성일 것이다. 동원된 필자들도 인문학자에서 과학저술가, 기자 등으로 다양하다.

<중앙일보>는 찬탄한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뷰티풀!”이 아닐까? 증명하지 못했던 난제를 푼 천재 수학자의 활약 앞에 동료들은 뷰티풀!”이라며 찬탄한다는데, <기술의 충격>이야말로 그렇다.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담은 과학철학서임에도 미학적 감탄부터 나온다.”(조우석, 문화평론가)

그런데 이 문제 저작 해석이 제각각이다. 조선일보에서는 우리 스스로 테크늄의 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공연한 종말론적 불안감에서 벗어나 인류의 미래에 불가피한 기술의 진보를 수용하여 우주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될 수 있다.”(이덕환, 서강대 교수) 한겨레의 결론은 조금 다르다. “카진스키(유나바머)는 이를 파괴함으로써 문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은 반면 지은이는 잘 구슬려서 본래 가고자 하는 경로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임종업 기자)

수용할 것이냐, 구슬릴 것이냐. <기술의 충격>은 이렇게 다른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풍부한책일까. 작가의 잘못일까 오독일까. 개인적인 견해가 허락된다면, 이 책이 아름답다는 것은 어불성설의 과장이다.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테크늄의 진화는 억측이다. 그가 말하는 테크늄이라는 관점은 기술이라는 실질적세계에 대한 분석 중 가장 형편없는 것이다. 좌파는 속았고 우파는 부조리에 찬탄한다. 기술은 철저히 이데올로기적이고 이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반을 쪼개서 1부 기원, 2부 명령들에서 자신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점을 펼치고, 이 펼친 개념을 바탕으로 3부와 4부에서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한다. 1부와 2부에서 그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은 테크늄이다. 이 테크늄은 단순한 기술계혹은 광의의 문화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그런 말을 내뱉기도 한다) 저자는 좀더 야심차다. 그리고 이 야심은 주장일 뿐 공허하다.

테크늄이란 그가 만들어낸 단어로, 세계적이며 대규모로 연결된 기술계를 말한다. 그는 이를 시원세균, 세균, 원생생물, 곰팡이, 식물, 동물 등 여섯 가지 생물계에 이은 일곱 번째 생물계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야심차게 정의했다면,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면, 기술계가 생물계의 제7의 계라는 주장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를 생물계만이 지닌 유사점을 통해서가 아니라 차이점을 통해서 전개해나간다(‘전개라는 말이 이렇게 쓰일 수 있다면. 3: 일곱 번째 생물계의 역사). 테크늄이 제7의 계라고 해놓고는 갑작스럽게 테크늄의 진화가 생물의 진화와는 다르다고 한다. “이 신종들은 지구에서 가장 덧없는 종들이며 생물학에서는 점진적인 변형이 규칙인 데 비해() 기술은 앞으로 도약하고, 갑작스럽게 뛰고, 점진적인 단계들을 건너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생물학상의 종과 달리) 멸종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도대체 생물이라고 했을까.

그러다가 진화라는 생물학 논쟁으로 뛰어든다(6: 정해진 생성). 그는 현재 교과서에는 우주에서 무작위적으로 표류하는 것이 생물학적 진화의 경로라는 설명이 정설로 실리고 있지만, 나는 이 장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그가 증명하는 방법은(여기 증명의 새로운 방법이 등장한다) 주장을 논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하려는 주장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인간은 모두 아버지, 어머니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 내 친구 **는 아버지가 없는데라는 식). 그가 증명하려는 것은 진화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 경향성이 있다이다. 그는 여러 가지 생물에서 사례를 들고 온다. 동결방지화합물은 북극에서도 남극에서도 뱅어류에서 진화했다. 가느다란 관으로 꿀을 빨면서 꽃 위에서 정지 비행을 하는 것이 조류와 곤충에서 나타나고, 산호는 4억년간 각기 다른 시대에 여섯 차례 독특한 나선형 군체를 진화했다. 사회적 협력이 개미, , 설치류, 포유류에서 나타난다. 그러면서 “‘상동 관계란 생물학에서 사실상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그가 말하는 상동관계는 고등학교 생물에서 배운 바로는 상사기관이라고 한다. 새의 날개와 곤충의 날개는 원기관이 다르지만 비슷하게 진화했다. 또 다르게 상동기관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의 팔과 고래의 가슴지느러미, 새의 날개를 말하는 것으로 형태와 기능은 다르지만 뼈의 종류와 수는 똑같다. 말하자면 저자는 수렴이라는 법칙에 눈먼 나머지 그 반대인 발산도 있다는 것은 보지 못한다. 적어도 누락했다). “생물학적 진화를 인도하는 내부 관성이 있다는 주장은 오늘날 생물학의 정설과 거리가 멀다고 할 때 그가 말하는 생물학의 정설은 스티븐 제이 굴드다. 갑작스럽게 상동관계의 마지막 부분에서 스티븐 제이 굴드를 끌고 온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는 실체이지 경향이 아니다라는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 앞에 그가 전개한 상동관계로 반박되었다고 결론 내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생물은 경향이지 실체가 아니다.”

그는 이 경향을 기술에 다시 적응한다(7장 수렴). 진화론과 미적분이 여러 번 발견되었듯이 기술의 발전은 독창성 없다.’ 왜냐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생물학적 진화와 같은 방식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테크늄이 귀속된 불가피성을 스스로 반론하고 나선다. “하지만 테크늄에서의 적응적 기능은 자연선택에서와 달리 의식이 없지 않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 의지와 선택에 열려 있다.”

짧게 3, 4부를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방법이 잘못되긴 했지만 기술에 경외심을 가지고 기술이 모든 것을 지배하리라고 했던 유나바머는 옳았으며(10장 유나바머는 옳았다), 기술을 멀리 하는 아미시파 사람들도 기술을 취사선택하고 있는 것일 뿐이며(11장 아미시파 기술광이 주는 교훈),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볼 때 기술은 호혜성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12 호혜성을 추구하다). 이제 기술의 위대함은 극대에 이른다. 가난한 사람이 배 곯지 말게 하고, 가난한 이도 핸드폰을 들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 이제 마지막이다. , 신이시여. 기술은 신이다(14장 무한 게임을 하다). “테크늄은 우주가 자신의 자의식을 만들어온 방식이다.” 이 책은 아마 그가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테크늄의 종교에 홀려서,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었던 책이리라. 그가 기술을 으로 탈개념하면서 빠뜨린 것이다. 기술은 뒤죽박죽 인간이 지그재그로 만들어내며, 경향성을 띠고 있다면 경제에 의해서다. 그 경향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면 자본주의 체제가 굳건해서다. 긴긴 역사를 들추어 기술을 옹호하고 나아가 자본주의를 옹호한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가 생각난다(그는 심오한 진보의 마지막 부분에 인용된다). 끔찍한 책이다. 이런 책이 역작으로 군림하는 한국의 과학저술 서평도 끔찍하다

by anyone | 2011/06/27 23:59 | on [thi] pape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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